라디오 스타 내가 먹은 것


이번주 <그것이 알고싶다>의 테마는 '생계형 이산가족'에 대한 것이었다.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을 강타한 일련의 시련들을 겪다보니 어느덧 빈민층으로 급락한 계층이 있다. 그들은 가족들이 모여 살수가 없다. 아버지는 고시원, 엄마는 숙식을 겸한 식당 점원, 그리고 아이들은 시골의 친척들에게 보내지는 것이다. 떨어져야만 비로소 살 수 있는 아이러니랄까. 하지만 가족이 어떻게 떨어져서 살 수 있으며, 생계적인 이유로 떨어져 살아야만 한다면 그것이 어떻게 가족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어떤 사람들은 떨어져서는 살 수 없다. 그렇지만 환경이 그들을 떨어지게 만든다.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관계다. 함께도 살 수 없고 떨어져서도 살 수 없는 것이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 안성기와 박중훈이 바로 그렇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들 언제까지 붙어다닐거냐고 묻는다. 떠나야할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그렇지만 이준익 감독은 그걸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별이 스스로 빛나지 않고 다른 빛을 받아서 빛나듯이 그리 밝지 못한 빛을 낼지라도 공생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안성기와 박중훈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매니저와 한물 간 가수인데 보면 볼수록 그 둘의 관계는 '부부'와 가까웠다. 안성기가 처자식을 떠나 살아지는 것, 그리고 박중훈이 결혼도 하지 않고 살아지는 것이 좀 이상하지 않은가? 그 이유는 일반적인 배우자의 역할을 서로가 해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끝부분에 여관방에서 둘이 싸우다 헤어지는 장면은 전형적인 부부싸움이다. 부부란 그들이 가진 무언가들을 연소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살수록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로 간다. 때문에 결국 할 얘기는 "네가 나에게 해준게 뭐가 있냐?"는 말 뿐이다.

왜 "네가 나에게 해준게 뭐가 있느냐"는 잔인한 말을 서로에게 해야만 할까? 저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자기 인생의 가장 빛나던 시절이 있다. 이제와 돌이켜볼때 그 시절의 나는 어디로 가고 이렇게 초라한 나만 남았는가? 잃은 것은 찬란했던 내 과거요 얻은 것은 남루한 일상이다. 그 남루한 일상을 지키고 있는 이가 바로 배우자이다.

이 영화를 얼마든지 다르게 그려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준익 감독은 마음이 참 따뜻한 사람인 것 같다. 어떻게 영화가 이렇게 착할 수가 있나. 영화 속에 약간 거슬리는 작위적인 요소나 오버들이 꽤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감격하고 쉽게 동화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하지 않지만 남이 선한 것을 싫어하는 인간은 없지 않은가. 밝은 모습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걸 영화로 담아내는 감독의 따스한 시선에 정이 간다.

그래프로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잘나가던 시점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아직 그 지점에 도착하지 못한 사람도 있겠지만 불행히도 그 지점을 이미 지나쳐버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가 비록 지나간 어떤 시간을 자기 인생의 최고점으로 인정하느냐 아니냐와는 상관없이, 그 사람에게는 앞으로 내리막만 남아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사람들의 어깨를 천천히 다독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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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30 23:50, 프리머스금천, 혼자


라디오 스타
박 중훈,안 성기,최 정윤 / 이 준익
나의 점수 : ★★★★

애써 비비 꼬지 않고 억지로 웃기지 않더라도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