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10년 되었나? 박노해 선생이 옥에서 나왔을 때 지인을 통해 들은 이야기였다. 그는 옥중에서 책을 만 권이나 읽었다고 한다. 그냥 읽은 것도 아니고 주석을 붙여가며 읽은 것이 만 권이란다.
책이 만 권이라... 직업을 가진 사람이 책을 정말 빡씨게 읽으면 그 양이 얼마나 될까? 빨리 읽어지는 책도 있고 그렇지 않은 책도 있으니 그냥 1주일에 한 권으로 하자. 그럼 1년이면 52권. 이걸 50년 지속한다고 보면 고작해야 2,500권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어떤 책에서 인간이 평생에 읽을 수 있는 책을 오천 여권으로 계산한 바 있다.
그런데 그는 10년이 채 안되는 감옥에서 1만 권의 책을 읽었다.
그가 출옥한 후 사람들은 그가 변절했다며 수군거렸다. 나는 사실 그의 활동기도, 수배기도, 수감기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변절 여하를 떠나서 우리는 이미 어떤 선을 넘어버린 것이 아닐까? 그 선을 넘어서서 전혀 다른 세상에서 변절 여하를 논한다는 것은 참 우스운 일이다.
젊어서 빵에 들어가 하얗게 센 머리로 출옥하는 지진희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었다.
시위대를 과격하게 진압하는 광경을 보고 학생과 직장인들이 분노하여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왔다. 진압대는 거기에 가볍게 최루탄을 한방 먹이는데 그 상황에서 시민들이 불에 기름을 얹은 격으로 시위대에 합류했다면 괜찮은 장면이었을텐데 아쉽다.
지진희가 떠나는 저녁에 비는 내리고 천둥 번개가 치는데 거기서 어린애 주먹만한 총각김치를 둘이 우적우적 씹어먹는 실루엣이 참 멋졌다.
저수지에 죽으려고 뛰어든건지 그냥 수영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를 남겨두고 뒤로 자꾸만 자꾸만 멀어져가는 샷도 좋았다. 이 영화에는 이런 기법이 많이 사용된 것 같다. 왜 멀어져갈까. 그들을 그냥 좀 내버려뒀으면 하는 바램일까.
지진희를 버스에 태워 보낸 후 염정아의 혼잣말.
숨겨줘, 재워줘, 먹여줘, 몸줘...
니가 가긴 왜 가니? 바보 같은 놈.
염정아의 편지 마지막에 "사랑해요, 여보" 라고 썼는데 그 밑에 달린 추신도 인상적이었다. 카메라가 편지를 오랫동안 비춰주니까 읽어보시길.
그렇지만 마지막을 '사노라면' 이란 노래로 끝내는 것은 좀 허무했다. 하긴 그 시절이 배경이긴 해도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사랑 이야기잖아.
---
2007년 1월 6일, 씨네큐브 광화문, alone
염정아,지진희,윤희석 / 임상수
나의 점수 : ★★★★
임상수는 시대물이다

![[수입] 말러 : 교향곡 5번](http://image.aladdin.co.kr/coveretc/music/coveroff/8947765457_1.jpg)







![[수입] 드보르작 : 첼로 협주곡 & 차이코프스키 : 로코코 변주곡](http://image.aladdin.co.kr/coveretc/music/coveroff/2752436836_1.jpg)

![[수입] DG 111주년 기념반 [55CD]](http://image.aladdin.co.kr/coveretc/music/coveroff/8947781673_2.jpg)





덧글
seranie 2007/01/09 13:44 # 삭제 답글
지난주에 일이 생겨 못 봤는데, 이상하게 그러고나면 극장에선 영영 못보게 되더라.
7번국도 2007/01/09 23:36 # 답글
이글루스 초본데, 트랙백을 걸어주신거 보고 방문해 봅니다.원작 소설과 황석영 선생의 글을 매우 좋아하는지라, 글을 써놓고도 영화를 보지 못하고 있답니다. <오래된 정원> 원작의 핵심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과, 사회적인 영역 각각의 그리고 상호 소통, 그리고 유폐가 가져온 소통의 부재..라고 생각했는데, 영화에서는 사회를 그저 시대적 배경으로 처리했을까봐 두렵네요.
골룸 2007/01/10 11:15 # 답글
세라니, 맞아...한번 놓치면 영영 바이바이더라구7번국도님, 원작을 읽지 않고 연기를 했다면 참 아쉬운 일이네요. 저도 지금 원작을 읽는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