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캘리포니아 스쳐 지나가는 것

지방에서 일할 무렵이다. 당시 서울에서 인터넷 전문가과정 씩이나 교육을 받고 나서 다시 지방으로 내려간 나는 호기롭게도 호스팅과 에이전시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곳에선 PC통신도 잘 쓰지 않던, 그러니까 원클릭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나오기 전이었다. 소가 웃을 일이지. 1996년이었다.

일단 상징적인 컨텐츠를 가지고 홈페이지를 만들어 브로슈어로 삼자, 마음먹고 고른 것이 '참소리박물관'과 '강릉단오제'였다. 해서 강릉시청에 가서 책자며 자료들을 얻어다가 단오제 홈페이지를 만들고 나서, 다음으로 참소리박물관을 찾았다.

관장은 없고 총무라는 사람이 이야기를 듣고는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해보라고 했다. 그러곤 일단 한바퀴 돌아보라며 늘씬한 스탭을 한명 붙여주었다.

열심히 외운듯한 스탭의 설명을 들으며 축음기니 오디오니를 둘러보다가 한곡 감상하라고 해서 감상실에 들어갔을때 틀어준 것이 Eagles의 Hotel California 레이저디스크였다. 온갖 스피커들이 둘러싸고 있는 홀에서 들었던 라이브실황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결론적으로 뭐 사업은 잘 되질 않았고 이듬해쯤 서울로 올라와버렸지만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 생각이 난다. 노을이 질 무렵 홀에 앉아 Hotel California를 듣고 있는 나, 그리고 입구에 꼿꼿이 선 채로 한 손에 리모컨을 든 늘씬한 스탭의 실루엣.

1997년이었나, 서울에 올라오기 전이었다. 마침 여름이어서 피서객들로 도시는 몸살을 앓았다. 희한하게도 손님들도 여러 팀이 오고 해서 당시 경포에 있는 나이트클럽엘 여러 번 갔었더랬다.

그때 머리를 올백으로 넘기고 통이 좁고 날렵하게 빠진 수트를 입은 DJ를 봤다. 그의 진행에서는 서울 냄새가 많이 났다. 아마도 성수기에 맞춰 대도시 손님들을 커버할 수 있는 에이스를 데려다 놓았던 것일게다.

그는 유행하는 노래를 틀으며 춤도 췄지만 항상 오프닝이 독특했다. 바로 Eagles의 Hotel California를 트는 것이었는데 도저히 춤을 출 곡이 아니어서 아무도 나가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면 그는 턴테이블 위까지 올라가 쉐도우 복싱을 하기도 하고 날렵한 발차기를 하기도 하면서 혼자 춤을 췄다.

한번은 술에 취한 중년 남자 둘이 한창 퍼포먼스중인 그의 옆으로 나가 막춤을 춰댔는데 그 DJ는 경멸하듯이 그들을 바라보다가 뭐라고 영어로 욕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다.

이런 것들이 Hotel California란 곡에 묶인 추억들이다. 오늘 집에 오는 길에 이 노래를 들었다.
 

덧글

  • 버트 2007/01/19 00:28 # 삭제 답글

    좋은 곡이지. 올 타임 리퀘스트!
    아울러 돈 헨리의 목소리가 이 밤에 잘 어울리기도 하거니와.
    올커니, 그들의 노래를 한 곡 포스팅 하고 자야겠닷!
  • Bluepiano 2007/01/19 10:58 # 삭제 답글

    그 공연 실황은 제가 아는 공연 실황이겠죠? 최고의 라이브!
  • seranie 2007/01/19 15:06 # 삭제 답글

    무슨 영화인가의 영향인거 같은데, 이노래 들으면 사막 한가운데 있는거
    같은 기분이 들어.
    난 DJ 있는 클럽에 가면 열광적으로 반응을 해준단다.
    제정신일땐 클럽엘 안 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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