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내가 먹은 것

현실이란 너무 버겁고 특별히 힘든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더더욱 버겁기 때문에 인간은 종교라는 발명품을 만들어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종교란 현실에 덧씌우는 어떤 뿌연 막과도 같은 것이어서 현실을 동화처럼 뭉개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신애가 보았던 것은 무엇일까. 인간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아예 없애버린 어떤 절대자의 논리 앞에서의 허망함이 아니었을까. 현실이란 인간이 살아가는 곳인데 이 각박한 논리를 뭉개버리는 저 절대자의 횡포.

신애의 시어미는 눈물 한방울 나오지 않느냐며 신애를 비난했지만, 나는 인간의 우는 모습의 절반 이상이 연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슬프면 눈물이 나오지만 우리의 몸짓은 어느 정도 의식적인 연기이기 때문이다. 주저앉을까, 벽을 짚을까, 두 손으로 머리를 틀어잡고 몸부림을 칠까 하는 연기 말이다. 연기자의 신들린 듯한 연기를 보며 우리는 박수를 보내지만 모든 인간은 슬픔에 앞서 타고난 연기자이다.

이런 영화를 누가 만들 수 있을까. 이런 연기를 그누가 할 수 있을까. 끔찍한 현실 앞에 미쳐가는 전도연의 연기도, 그리고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며 신의 역할을 자처한 송강호의 연기도 모두 최고다.

(덧붙임) 신애가 목사의 안수를 받고 나서 나중에 신자들에게 간증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에서 계속 눈물이 쏟아졌다. 행복하다고 그녀가 말할수록 그녀는 불행해 보였다. 그런 표정을 또다른 누가 연기할 수 있을까? 영화 '첨밀밀' 에서 장만옥이 죽은 남자의 등짝에 그려진 미키마우스를 보며 웃는듯 울어버리는 표정을 넘어서는 것 같다.


밀양
송강호,전도연,조영진 / 이창동
나의 점수 : ★★★★★

아마도 올해의 최고...


덧글

  • Reibark 2007/05/24 16:52 #

    조금 이른 판단이지만 최고일 가능성이 높죠, 네.
  • seranie 2007/05/25 16:23 # 삭제

    차라리 그녀가 계속 종교에 의지했으면 했었어.
    면회 이후부터 보고 있는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럽더라.
  • Bluepiano 2007/05/25 17:01 # 삭제

    아~~~ 보고 싶어요오~~~
  • Dilo 2007/07/16 16:59 #

    아 정말로.. 고통스러운 영화... 최고최고 !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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