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영화제] 그림자

부천영화제의 공식 상영은 하루 다섯 번이다. 11시, 14시, 17시, 20시, 그리고 24시의 심야상영. 심야상영을 제외하면 영화와 영화 사이의 쉬는 시간이 1시간 남짓이다. 만일 관객과의 대화라도 참여하게 되면 다음 극장으로 이동할 일정 때문에 다급해진다. 밥을 먹거나 영화 내용을 정리할 여유를 부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런 이유로 오늘은 선택의 폭을 포기하고라도 한 극장에서만 보기로 했다. 내가 선택한 곳은 복사골문화센터. 그 이유는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추천한 '마츠가네 난사사건'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동할 필요가 없어지니 마음이 편했다. 중간중간에 프레스센터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쓸 여유도 생겼다.

이 작품은 하루 종일 복사골문화센터에서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었으므로 자동으로 선택된 작품이다. 고르고 나니 뜻밖에도 우리영화여서 반가움이 앞섰다. 또 무대인사도 한다니 기대가 되었다.

작품을 과거와 현재 두 개로 나누어 각각 다른 감독이 찍은 옴니버스식 영화이다. 상영에 앞서 제작자는 각기 다른 두 편의 영화이기도 하면서 서로 연결된 하나의 작품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했다. 흥미가 증폭된다. 게다가 두 감독은 젊은 여성과 중년의 남성이다. 과거편의 소재는 역사적 인물인 논개이다. 흥미가 폭발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영화는 이렇게 고조된 흥미를 채워주지 못한다. 과거편은 역사적 인물인 논개가 왜장에게 복수를 시도하다 실패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가정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 보여준 상상력이라고는 논개가 귀신이 되어 나타나 왜장을 괴롭힌다는 전형적인 전설의고향 식이다. 설상가상으로 공포도 느껴지지 않았다.

현대편은 솔직히 내가 보기에 과거편과 별로 관련이 없다. 한 여자와 두 남자 사이의 삼각관계, 그리고 그 사이에 애매하게 낀 전설의 패랭이꽃. 영화적 재미라면 구로자와 아키라가 연출한 라쇼몽 식의 서술과 진실 사이의 커다란 상이함이다.

글쎄, 내가 보기엔 굳이 공포영화를 좇으려 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예 라쇼몽 식으로 더욱 극단으로 나갔더라면, 아니면 파이트클럽처럼 분열증으로 인한 환영이었더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이런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대체 영화가 뭘 말하고 싶은지 알긴 알겠는데 보고 있자니 답답하고 지루했기 때문이다.





그림자
김민숙,이정국
나의 점수 : ★★

소재와 포맷이 아깝다.

by 골룸 | 2007/07/18 00:36 | 영화제 리포트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네티즌 at 2007/07/19 23:47
저도 그날 영화제에서 그 작품을 보았습니다.
님의 의견과 비슷한 느낌도 있었지만,(^^*)
흥미로운 측면도 꽤 있었던것 같습니다..
비슷비슷하고 천편일률적인 한국공포영화들과는 다르게
시도된 영화라서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관객들과의 대화를 통해 영화의 제작과정이 참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 개봉을 할지 모르겠지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Commented by 영사모 at 2007/07/20 00:38
씨네21에 실린 기사를 보고 궁금해서 영화를 보았습니다.영화를 보는 관점은 사람마다 참 다르군요..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기사의 내용대로 일반 상업영화 제작비의 밥 값도 안되는 돈으로 그런영화를 완성했다는 것이 놀랍더군요...
제작진의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과거이건 현재이건 인간의 욕망이 비극적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장르 영화로 풀었더군요..
영화도 재미있게 보았지만, 집에 오면서 과거와 현재의 인물과 이야기의 퍼즐맞추기는 즐거운 경험 이었던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골룸 at 2007/07/20 10:53
네, 네티즌님 영사모님 말씀대로 흥미로운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후에 관객과의 대화에도 남았던 것이구요. 너무 혹평한 게 아닌가 걱정되네요 ^^;; 저랑 스타일은 안 맞았지만 취향이 다른 분들은 꽤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g at 2007/10/04 17:34
영화가 별루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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