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일 밤 - 보르헤스 내가 먹은 것

몇년 전에 읽었던 책인데 최근 《신곡》 강의를 들으며 다시 찾아 읽어보았다. 이 책은 강의 형식의 일곱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장이 《신곡》에 관한 것이다. 알라딘에서 구매한 날을 찾아보니 2004년 11월 16일로 되어 있다.

그때 같이 구매한 책들


총 가격은 71,680원, 외환카드로 결제했다. 이때 한참 작가뽀개기에 재미를 붙여나가고 있던 시절이다. 나쓰메 소세키, 배수아, 산도르 마라이, 보르헤스 같은 작가들의 글을 닥치는대로 사서 읽었다. 제임스 조이스의 경우에는 정붙이기에 실패했다. 뭐, 이건 중요한 게 아니지.

《칠일 밤》을 읽었던 때의 기억이 난다. 거의 하루만에 다 읽었는데 그만큼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었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작가가 평생을 천착한 문학이 그대로 강의가 되었고, 그 강의가 그대로 책이 되었기 때문이다. 기획물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어버린 것 같다.

당시 강의실에서 직접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꽤나 감동했을 것 같다. 당시 보르헤스는 이미 실명한 상태였다.


칠일 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문학
나의 점수 : ★★★★

직접 들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나는 단테를 밀턴Milton과 비교해보았습니다. 밀턴은 하나의 음조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영어로 "서블라임스타일(고상한 형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음악은 주인공들의 감정과는 전혀 상관없이 항상 똑같습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처럼단테도 음악의 경우, 감정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거기서 억양과 강세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각각의 구절을 큰 소리로읽어야만 합니다. (p.17)

카알라일은 단테의 작품이 두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더 많은 특징들이 있지만, 두 가지가 가장 핵심적입니다.그것은 다정함과 엄격함입니다. 이 두 가지는 모순적인 것이 아닙니다. 한편 셰익스피어가 "인간의 친절함의 우유"라고 불렀던인간의 다정함이 이 작품에 깃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우리가 질서 있는 엄격한 세상의 주민이라는 것에 대한지식입니다. 이 질서는 타자, 즉 제3의 화자에 해당됩니다. (p.29)

우리 각자는 인생의 어느 한순간에, 즉 우리가 자기 자신과 영원히 만나는 순간에 규정되어지고 맙니다. 단테는 프란체스카를비난하면서 그녀를 매정하게 다루었다는 평을 듣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제3의 인물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하느님의 심판이 항상단테의 감정과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곡』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단테가 자기의 적들에게 복수를 하고 친구들에게보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거짓입니다. 니체가 단테가 무덤 사이에서 시를 짓는 하이에나라고헐뜯었습니다. 시를 짓는 하이에나란 그 자체가 모순입니다. 그 이외에도 단테는 남의 고통을 보고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그는용서받을 수 없는 대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각각의 대죄를 위해 그는 그 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선택합니다. 그러나그런 죄인들 속에서도 가치 있거나 본받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프란체스카와 파올로는 단순히 음란한 자들이 아닙니다. 그들은다른 죄를 짓지 않았지만, 바로 그 대죄는 그들에게 벌을 내릴 정도로 충분한 것입니다. (p.37)

『신곡』은 우리 모두가 읽어야만 하는 책입니다. 이것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문학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선물, 즉이상한 금욕주의에 전념하는 행위를 박탈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왜 『신곡』의 독서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을 부정해야만합니까? 그것 이외에도 이 책을 읽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작품 뒤에 있는 것들, 즉 이 책에 대한 의견이나 논점들이 어렵기때문입니다. 그러나 책 그 자체는 아주 투명합니다. 거기에는 중심인물인 단테가 있씁니다. 그는 아마도 그 어떤 인물보다도문학에서 가장 생생한 인물일 것입니다. (p.40)

처음에 우리는 어린아이의 믿음을 가지고서 책을 읽고, 그 책에 빠져야만 합니다. 그러면 그 책은 끝까지 우리와 함께 갈것입니다. 이 책은 수십 년 동안 나와 함께 있어 주었고, 만일 내가 내일 이 책을 열어본다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이 책이 잠을 깨어 살아가는 나와 우리의 인생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될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p.48)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gollum.egloos.com/tb/4265735 [도움말]

덧글

  • 릴라 2009/10/30 14:36 # 답글

    저는 다시 찾아 읽는 건 늘 꿈만 꾸는 듯.
    오늘 저도 책 사재기를 해서 뿌듯 반, 자괴감 반...-.-
  • 골룸 2009/10/30 18:34 #

    계기가 없으면 다시 읽게 잘 안되죠. 아참 저도 오늘 5권 정도 샀는뎅 ㅎㅎ
덧글 입력 영역